경기
수원시, 독립운동 역사 탐방로 17곳 조성... 시민 주도로 '살아있는 역사' 재현
그래피티 벽화·만세행진 재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립정신 계승 노력

[충청뉴스큐] 100여년 전 격렬한 항일운동지였던 수원에서 독립을 향한 얼과 기개가 다시 의로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선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원 독립운동의 길’을 만든 것.
수원 시민과 지역 내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독립운동을 기억하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튼튼하게 키워 제81회 광복절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살려냈다.
수원 독립운동 인물과 정신, 수원에서 되살아나다 지난 6월, 수원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행궁동에 특별한 그래피티 벽화가 새로 생겼다.
담벼락에 그려진 독특하고 개성 있는 벽화가 곳곳에 많은 동네에서도 이 벽화는 유독 눈에 띈다.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 7인의 얼굴이 생동감 있게 담겼기 때문이다.
수원 지역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독립운동의 주요 거점인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담벼락에 말이다.
이 벽화는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그래피티 1세대 작가 레오다브가 제작했다.
왼쪽부터 독립운동가 이하영, 박선태, 김향화, 김세환, 임면수, 이선경, 차인재 선생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인물 주변에는 ‘평화’라는 뜻을 가진 세계 각국 언어로 새겨져 평화의 가치를 전달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독립운동가들은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수원의 오늘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올해 초에는 시민을 주축으로 만세 행진이 재연돼 눈길을 끌었다.
3월21일 ‘수원 독립운동의 길, 1919를 걷다’라는 이름의 행사는 1천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함께 만세 운동의 주요 동선을 체험하는 행사였다.
연무대~삼일공업고등학교~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화성행궁을 지나며 독립운동의 길을 따라 걸었다.
100년 전처럼 흰 저고리를 입은 시민들과 교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걷는 장관이 연출됐다.
독립선언문 낭독과 만세삼창, 독립군 애국가 합창 등을 재연하는 것을 지켜본 참가자들이 독립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수원의 독립 정신을 이어가는 추진위원회와 시민추진단 그래피티 벽화로 독립운동가를 알리고 만세 행진을 재연한 것은 수원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수원시의 지원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구심점은 광복 80주년이었던 지난해 의기투합해 모인 수원 독립운동의 길 추진위원회다.
추진위원회는 학계와 독립유공자 유족 및 후손, 종교계, 시민단체, 언론 분야 등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돼 활동 중이다.
지난해 6월 첫 모임을 시작한 뒤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주요 인물과 거점을 콘텐츠화하고 모금과 시민추진단 행사 등을 구체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이 과정을 나눔문화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재)수원그린트러스트가 모금 주체 역할을 맡았다.
프로젝트는 수원의 독립운동을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의지와 결합해 더 넓게 확산됐다.
올해 초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모집한 수원 독립운동의 길 시민추진단에 총 1천33명의 시민이 신청서를 제출하고 참여했다.
이들은 홍보팀, 지원팀, 후원팀, 해설팀으로 분야를 나눠 활동하며 단순 참여를 넘어 독립운동의 기억을 지키고 시민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 독립운동의 길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시민들이 모금으로 마련했다.
2월부터 6개월간 총 5천278만원이 모였다.
공식 후원 계좌에 252명의 개인이 이름을 올렸고 지역 내 기업과 단체 33곳에서의 크고 작은 참여가 이어져 당초 목표를 넘길 수 있었다.
특히 기부자 명단에는 삼일공업고등학교 학생과 임직원들이 포함돼 의미를 더했다.
독립운동가 이하영과 임면수가 설립한 민족학교에서 후손들이 민족 정신을 계승하는 모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총 171만1천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이주현 수원 독립운동의 길 추진위원장은 “수원 시민사회는 지난해부터 독립운동의 역사를 공간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며 “역사를 기억하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립운동 정신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수원을 빛낸 7인의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따라서 수원 독립운동의 길은 수원 지역에서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짚어볼 수 있게 구성됐다.
코스는 총 17개 거점을 연결한다.
탐방하면 7인의 수원 대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민족 대표 48인 중 한 명이었던 김세환, 수원 만세운동의 선봉에 섰던 박선태, 사재를 털어 독립운동을 지원한 임면수, 수원 기독교 민족운동가 이하영, 의로운 기생 김향화, 수원의 유관순 이선경, 미국에서 독립의 뜻을 이어간 여성 교육자 차인재 등의 자취가 남은 길이다.
출발점은 1919년 3월16일 수백명의 군중들이 수원지역 격렬한 만세 시위를 펼쳤던 연무대다.
연무대에서 작은 길을 건너면 나타나는 삼일공업고등학교는 ‘임면수 선생의 묘 터’로 두 번째 거점이다.
이어 내리막길을 걸어 수원천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방화수류정’은 김세환의 지시 아래 횃불 시위를 벌인 수원 지역 만세운동의 발화지였다.
왼쪽으로 길을 꺾어 내려오면 김세환이 학감으로 차인재가 교사로 재직했던 ‘삼일여학교 터’ 가 있다.
독립운동가 그래피티 담벼락이 있는 현재의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다.
바로 옆 삼일중학교에 있는 붉은 벽돌의 2층짜리 ‘아담스기념관’은 임면수가 신축 공사 감독을 맡은 건물이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터는 여성 독립운동가 ‘차인재의 집터’다.
이어 수원천 매향교를 건너 현재의 북수동성당은 일제강점기에 3·1운동을 주도했던 천도교 세력이 활동하던 ‘북수동 천도교 교당’ 이 있던 자리로 코스의 7번째 거점이다.
북수동 골목길 안에서는 지금은 다른 건물이 들어선 ‘임면수 생가터’ 와 ‘이하영 집터’를 지날 수 있다.
이어 화성행궁 맞은편에 있는 ‘수원종로교회’는 1920년대 수원 삼일학교 학생들이 비밀결사운동과 동맹휴학을 전개했던 수원삼일학교가 있던 자리다.
팔달문 시장쪽으로 가면 ‘수원상업강습소 터’, 상점들이 철시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남문·영동·지동시장’, 사회 운동을 이끌던 청년들의 사무소 ‘수원청년동맹 터’등을 거쳐갈 수 있다.
특히 14번째 거점인 ‘김세환 생가터’에는 그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으니 둘러보길 추천한다.
다시 화성행궁 방향으로 ‘김향화 집터’, ‘박선태 집터’등을 지나면 코스의 마지막인 화성행궁이 나온다.
김향화를 비롯한 수원 기생들이 만세 시위를 전개했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거점이다.
수원시,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노력 ‘계속’향후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수원 독립운동의 길을 시민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6월부터 역사 교육을 받고 해설사 양성과정을 거쳐 선발된 61명의 해설사들이 오는 9월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다.
수원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독립운동사와 인물, 의미 등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원활한 탐방을 위해 수원시는 주요 거점별 안내판 설치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수원시는 시민의 참여와 모금으로 추진한 ‘수원 독립운동의 길’조성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광복절인 오는 15일 오후 2시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김세환관 강당에서 시민들과 함께 조성 사업의 결과와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다.
기념행사에는 수원 독립운동의 길 추진위원회와 시민추진단, 기부자와 시민 등이 참여한다.
모금액 전달식과 벽화 제막식 등이 진행되며 시민 해설사들이 수료증을 받고 본격적인 탐방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한편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만세삼창을 외치며 독립의 정신을 되새길 예정이다.
특히 수원의 어린이들이 독립운동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글을 전달해 감동을 더한다.
수원 새빛톡톡을 활용한 ‘우리도 참여할래요’에 학급 단위로 참여한 편지에는 “열사님들이 목숨 바쳐 지키신 이 땅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그 숭고한 희생과 굳은 의지를 늘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적혔다.
미래 세대가 감사와 존경을 담아 독립 정신의 숭고함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그려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지역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그 뜻을 기억하는 일에 함께해 주신 시민추진단을 비롯한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만들어가는 길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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