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14. 수요일 · 충청권 종합뉴스
청주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5일 릴레이 프로젝트 4회차 개막… 김연재·이성은 작가 참여

삶과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는 두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 세계 공개

양승선 기자 2026-10-14 06:36:56




충청북도 청주시 시청



[충청뉴스큐]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2026~2027년 제20기 입주작가들의 창작 성과를 선보이는 ‘202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릴레이 프로젝트 개인전’4회차를 개최한다.

릴레이 프로젝트는 입주작가들이 입주기간에 진행한 창작 활동의 결과물을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이는 전시 프로그램이다.

작가별 고유한 예술적 시선과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층과 2층에서 각각 김연재 작가의 ‘떠나는 사람들’과 이성은 작가의 ‘두 개의 집’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세계와 삶의 모습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먼저 1층에서 열리는 김연재 작가의 ‘떠나는 사람들’은 이상적인 세계를 뜻하는 유토피아와 지도를 주제로 현실의 질서와 상상의 관계를 살펴보는 전시다.

작가는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영감을 받아 더 나은 세계를 찾아 떠나는 행위와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의 한계를 작품에 담았다.

특히 지도가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특정한 중심과 경계를 설정한다는 점에 주목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세상의 구조와 질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2층에서 진행되는 이성은 작가의 ‘두 개의 집’은 고향 청주로 돌아온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과 집, 사회적 역할과 개인의 선택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다.

작가는 바비의 드림하우스와 실바니안 패밀리 등 이상적인 가정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활용해 집의 형태를 조립하고 해체하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관객의 움직임과 참여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구조물을 통해 집과 가족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돌아보고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과 주거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두 전시는 지도와 집이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활용하지만, 익숙한 질서와 사회적 관념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번 릴레이 프로젝트 4회차 개막식은 15일 오후 4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층에서 열린다.

개막식에서는 참여작가들이 직접 작품의 제작 배경과 의미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전시개요 전 시 명: 202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릴레이 프로젝트 개인전 4회차 김연재 ‘떠나는 사람들’, 이성은 ‘두 개의 집’전시기간: 2026. 10월 15일 ~ 10월 28일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참여작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기 입주작가 2인 김연재, 이성은 개 막 식: 2026. 10월 15일 오후 4시 전시부문: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주최·주관: 청주시, 청주시립미술관 문 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포스터 및 작품 이미지 김연재 ‘떠나는 사람들’포스터 이성은 ‘두 개의 집’포스터 김연재 “첫장을 넘기면” 2026, 나무 판넬 위에 아크릴, 304x1177cm 김연재 “유토피아 다시 읽기” 202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9분 57초 이성은 “두 개의 집 에키클레마” 2026, 각목, 합판에 아크릴, 종이죽, 캐스터, 철제 부속, 412x186.5x250cm 이성은 “하나의 길 페리악토이” 2026, 각목, 합판에 아크릴, 종이죽, 가발, 캐스터, 혼합재료, 가변설치 작가노트 김연재 ‘두 개의 집’작가노트 1층 1전시실 완전한 세계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다.

도달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그곳을 향해 떠나는 행위뿐이다.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기반적인 유토피아를 등지고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그린다.

오멜라스를 떠난 이들이 손에 쥐었던 지도는 어디로 가는 지도였을까?

익숙한 길을 딛고 아는 세계를 통과해서 그들은 어디로 걸어갔을까?

모험이 끝난 다음 날 아침에 어떤 기분으로 일어났을까?

목적지가 어떤 곳인지 확신할 수 없을지라도, 더 나은 방향을 향하는 모험의 감행은 무지개에 가까워지는 유일한 여정이다.

수많은 SF·판타지 소설의 첫 장이 가상 세계의 지형으로 채워지는 까닭은 지도가 가 본 적 없는 곳을 향한 망설임 없는 발걸음을 돕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지의 장소를 탐색하려는 이 호기심의 발로이자 망상의 언어는, 동시에 중심성을 고정하는 정치적 매체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지도 어플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어느 집 마당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기술적 투명성이 곧 정치적 가시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도에서 어떤 지역이 표기되지 않고 어떤 공동체의 삶과 기억이 삭제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 간극은 분명해진다.

전시 ‘떠나는 사람들’은 유토피아와 지도들이라는, 현실정치와 현실도피가 맞닿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아무리 낯선 상상력일지라도 내가 아는 세계 바깥으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는 연습이기도 하다.

기존의 세계 구조, 물리적 경계, 중심성을 지워 나가면서도 오직 그 자리 위에서만 가능한 상상들을 끌어왔다.

여기서 더 멀리 벗어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기어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끊임없는 시도들을 엮어냈다.

가장 급진적인 상상력조차 언제나 현실 세계를 경유한다.

외계 생명체를 묘사할 때면 지구 생태계의 변주에 기대고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설계한다 해도 이미 존재하는 권력 구조나 문화적 틀에서 빌려온다.

미증유의 시공간을 그리면서도 지구적 감각, 인간적 지각의 익숙한 모티프가 반복되는 까닭에 모든 창작은 거대한 콜라쥬 속에 갇혀 있는 셈이다.

전시는 이 오래된 약속을 끌어안아, 주어진 세계와 언어의 구조를 변주하는 집단 서사 계보의 상속자, 사생아, 돌연변이, 이방인들을 전시장에 흩뿌려 두고자 한다.

이성은 ‘두 개의 집’작가노트 2층 2전시실 오랜만에 고향 청주로 돌아왔다.

청주는 나에게 고향이자, 나의 엄마에게는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된 도시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보다 ‘성은 엄마’로 불리며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진 엄마를 보며 나는 막연히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감각을 품고 자랐다.

청주에서 서울로 다시 런던으로 이동해 왔고 올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지만, 이번 귀환 역시 정착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경유에 가깝다.

올해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작업하며 내가 지금까지 선택해 온 삶이 과연 나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엄마가 이루지 못한 삶을 대신 살아온 것인지 돌아보게 됐다.

엄마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계속 이동해 왔지만, 서른둘이 된 나 역시 결혼과 가족처럼 오랫동안 여성에게 하나의 삶의 경로로 제시되어 온 형태들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가정은 친밀함과 안정을 욕망하게 하는 이미지인 동시에 여성에게 특정한 역할과 삶의 방식을 요구해 온 제도적 형식이기도 하다.

한때는 벗어나야 한다고 믿었던 그 형태가 이제 다시 하나의 가능성으로 내 앞에 놓여 있고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 피하고 싶은 것인지조차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물려받은 욕망과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었던 욕망 사이의 경계 역시 생각만큼 분명하지 않다.

‘두 개의 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에는 하나의 거대한 드림하우스를 조립하고 해체하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바비의 드림하우스, 실바니안 패밀리, 1960년대 미국 교외주택처럼 행복하고 안정된 가정을 상징해 온 형식들이 전시의 외형을 이루지만, 그 내부에는 이러한 이미지와 쉽게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함께 놓인다.

이상적인 가정의 모형과 불안정하고 어긋난 풍경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하면서 집은 어린 시절 갖고 싶었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장난감의 기억인 동시에 행복한 삶의 형태로 학습해 온 이미지와 그 이면의 감각이 충돌하는 무대가 된다.

전시의 구조는 고정된 하나의 장면에 머물지 않는다.

고대극장의 무대장치인 에키클레마¹와 페리악토이²를 참조한 구조물들은 이동하고 회전하며 하나였던 집을 둘로 나누거나 하나의 길을 서로 다른 면으로 흩어 놓는다.

앞과 뒤, 안과 밖은 움직임에 따라 계속 자리를 바꾸고 서로 다른 조각과 구조물들은 잠시 하나의 풍경을 이루었다가 다시 다른 관계 속에 놓인다.

이전 작업에서 다뤄 온 ‘도착하지 못하는 신체’는 이번 전시에서 집과 조각, 무대장치의 몸으로 확장된다.

어떤 것은 이동하고 어떤 것은 회전하며 어떤 것은 한 장소를 잠시 지탱하지만 어느 것도 완전한 정착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동과 재배치를 반복하는 동안 하나의 장면은 완성되기보다 계속해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관객 역시 이러한 이동의 바깥에 머물지 않는다.

구조물 사이를 통과하고 변화하는 장면을 따라 위치를 옮기며 때로는 그 움직임에 직접 개입한다.

관객의 개입으로 달라진 풍경은 그대로 축적되지 않고 약 세 시간마다 구조물들은 처음의 위치로 돌아가 다시 같은 출발점에서 움직임을 시작한다.

이동과 재배치, 원상태로의 복귀를 반복하는 전시장은 하나의 이상적인 집을 완성하기보다 익숙해진 삶의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조립하고 해체하는 장소가 된다.

떠나는 삶과 머무르는 삶, 자신의 일을 지속하는 삶과 누군가와 집을 이루는 삶 사이에서 나 역시 한때 벗어나야 한다고 믿었던 집을 다시 바라본다.

이 전시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서로 모순되는 욕망들이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상태를 바라본다.

하나의 집이 둘로 나뉘고 하나의 길이 여러 장면으로 흩어지듯, 삶의 경로 역시 이미 주어진 하나의 형태를 향하기보다 계속해서 조립되고 해체되며 다시 선택될 수 있는 것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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