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권익위 중재 중 '폐기물 불법 반출·매립' 논란 의혹에 분노 확산
현대제철, 농지개량 복토에 슬래그·폐콘크리트 섞인 토사, 불법 배출·매립 정황 포착 당진시, "두곳 다 농지개량 허가 난 곳이라도, 복토용 부적합 물질까지 매립 안돼" 환경단체 "권익위·당진시·유역청 무시한 처사… 전면 원상복구 및 엄벌 촉구" 권익위·당진시·환경단체 협약 앞두고 사업장 폐기물 반출 제보에 지역사회 분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슬래그 비산먼지 및 침출수 문제로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중재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의 슬래그야적장에서 불법 폐기물을 반출해 인근 농지에 매립해 왔다는 제보가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환경관리 실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슬래그 야적장의 비산먼지와 침출수 문제를 놓고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중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슬래그와 폐콘크리트 등이 섞인 토사가 외부로 반출돼 인근 농지에 매립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슬래그 야적장 문제는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8월과 9월 국민권익위원회, 당진시, 금강유역환경청, 현대제철,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조율해 왔다. 권익위 중재에 따라 10월 중 조정에 따른 최종 협약서 작성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정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9월 중순, 논란의 중심에 있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슬래그 야적장에서 슬래그와 폐콘크리트 토사가 섞인 폐기물이 올바로시스템 신고없이 외부로 반출되어 2곳의 농지에 매립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슬래그 야적장에서 출발하는 덤프트럭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파인스톤CC 인근 농지와 송악물류단지 인근 농지 등 두 곳의 매립 현장이 확인됐다.
당진시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두 현장의 허가 상황에 대해 “송악물류단지 인근 농지는 농지 개량을 위한 복토 허가가 난 곳이며, 파인스톤CC 인근 농지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곳으로 역시 농지 개량을 위한 복토 허가가 난 곳이라도 부적합 물질 복토는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덤프트럭 10대가 반출되면 1~2대 정도는 슬래그나 폐콘크리트가 섞인 토사를 싣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며칠 뒤, 문제의 토사 반출이 갑자기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관계자는 반출 중단 이유에 대해 "세륜시설 및 방진벽 미설치 등으로 인해 당진시로부터 중지 명령을 받아 작업을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 설명대로라면 반출 중단의 직접적인 이유는 세륜시설과 방진벽 미설치 문제다. 그러나 이는 슬래그와 폐콘크리트 등이 섞인 물질이 반출·매립됐다는 의혹과는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세륜시설과 방진벽 미설치에 따른 중지명령이 내려졌다면 당진시는 명령의 대상과 범위, 위반 사항, 이후 현장 관리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반출이 중단된 이후 최근 촬영된 현장 사진에서는 농지 복토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물질들이 다수 관찰됐다. 현장에는 폐콘크리트 파편으로 보이는 흰색 덩어리, 철선 및 와이어 추정 물질, 파란색 폐천막 및 포대 조각이 토사와 섞여 방치되어 있었으며, 굵은 골재와 쇄석 형태의 물질도 다량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농지가 농지개량을 위한 복토 허가를 받은 부지라 할지라도, 복토 허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입되는 모든 물질의 적법성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허가 관청인 당진시는 허가된 복토용 토사의 정확한 종류와 품질 기준 준수 여부, 실제 반입된 물질의 성상 분석, 폐기물 혼합 여부, 그리고 농지 이용 목적에 부합하는 적법한 처리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해 철저하고 엄정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인 현대제철이 권익위가 직접 당진까지 내려와 중재안을 다루는 엄중한 시기에, 문제의 야적장에서 불법 폐기물을 반출·매립한 것은 권익위와 당진시, 금강유역환경청 및 지역 주민을 완전히 무시한 행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불법 매립된 두 곳 모두에 대해 전면적인 원상복구 명령을 내림은 물론, 법적·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안은 슬래그 야적장의 비산먼지와 침출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외부 반출·매립 의혹까지 불거졌다는 점에서 현대제철의 환경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현대제철은 반출 물질의 성상과 운반 경로, 최종 반입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 의혹에 답해야 한다. 당진시는 복토 허가 조건과 중지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금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은 폐기물 해당 여부와 관련 법령 위반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
기업이 환경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법규와 허가 조건을 준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협약서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보다 현장에서 무엇이 반출되고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둘러싼 이번 의혹은 대기업의 환경관리 책임과 행정기관의 현장 감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약속이 아니라 객관적인 조사와 투명한 결과 공개다. 관계기관은 현장 물질의 성상과 반출 경로를 철저히 확인하고, 위법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적법한 작업으로 확인된다면 그 근거를 시민에게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권익위 중재가 실질적인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번 반출·매립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