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시설물 판치는 백사장항…“대하축제 계속해야 하나” 존폐론까지
무허가 데크·증축시설에 어구 무단 적치…올해 축제위원장도 앞서 “축제 왜 하는지 모르겠다” 취지 언급
충남 태안군의 대표 수산·관광 거점인 안면읍 백사장항이 무허가 시설물과 무단 적치된 어구, 공원시설 관리 부실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문제는 수년 전부터 민원과 언론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태안군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오는 9월 백사장항 대하축제를 앞두고 항구의 기본적인 환경과 안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매년 군비를 지원해 축제를 계속해야 하느냐는 실효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11일 태안군 수산과·해양산업과·주민공동체과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백사장항 관리 실태와 처리 방안을 놓고 나눈 대화에서는 무허가 데크와 증축시설, 어구 무단 적치, 공원 내 가설시설, 관광시설 파손과 구조물 부식 등 항구 전반의 문제가 제기됐다.
백사장항에는 별도의 어구적치장이 마련돼 있지만 수협 위판장과 부두, 항구 진입부 등에는 통발과 그물 등 각종 어구가 쌓여 공공공간 일부가 사실상 개인 적치장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최근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돼 현장을 확인했다”며 “선주협회 측에도 연락했다. 무단 적치된 어구에 대해서는 철거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은 무단 어구 적치와 불법 시설물 문제가 과거에도 수차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처리하겠다”는 답변만 반복됐을 뿐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축제에 앞서 항구 환경부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사장항은 주민들의 생활공간인 동시에 외지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지인 만큼 축제철에만 일시적으로 정비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팀 인원이 4명 정도에 불과해 지속적인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불법행위를 장기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관련 부서 합동단속 등을 통해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횟집과 수산시장 주변 불법 시설물도 문제다. 확인 결과 일부 횟집 앞 데크와 수산시장 주변에 덧붙여 설치된 시설물은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냉동창고와 수족관, 천막 등이 건물 밖으로 확장되면서 공공공간을 점유하고 통행로까지 좁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통로는 비상시 소방차 등 긴급차량의 진입에도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안전과 공공공간 사유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사장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무질서하게 쌓인 어구와 좁아진 통행공간, 악취 등은 항구의 첫인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이 머물고 다시 찾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연이나 축제보다 청결과 안전, 보행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원과 관광시설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공원부지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가설시설물과 컨테이너 등이 남아 있고 일부 시설은 파손되거나 모래가 유입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다. 벤치 주변에서는 벌집도 발견됐다.
교량 형태 시설물 역시 조명 고장과 상부 와이어 연결부 및 용접 부위의 녹과 부식 문제가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구조물 부식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장력 테스트 등을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추가 보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사장항 관리 업무가 수산과와 해양산업과, 주민공동체과 등 여러 부서에 나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군 관계자는 “한두 개 과가 걸린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련 부서 합동단속과 점검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여러 부서로 업무가 분산된 구조가 오히려 관리 공백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오는 9월 대하축제를 앞두고 축제 자체의 실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백사장항 대하축제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미 위원장 역시 지난해 기자와의 대화에서 “대하축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별도의 축제를 열지 않아도 대하철이면 관광객들이 찾아 장사는 잘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해도 축제를 이끌고 있는 현직 추진위원장이 앞서 축제 개최 필요성에 의문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축제의 존속 필요성과 예산 투입 효과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당시 발언이 올해 축제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도 대하축제의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 군비가 투입되는 만큼 실질적인 효과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축제를 하지 않아도 대하철이면 관광객이 몰린다면 축제로 인해 추가로 늘어나는 방문객과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백사장항은 이미 가을철 대하와 수산물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축제가 없어도 관광객이 찾아오고 상권 매출에 큰 차이가 없다면 군비를 투입해 매년 같은 형태의 축제를 반복해야 하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명 연예인 초청과 무대 설치 등에 상당한 비용을 사용하는 방식도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고액의 출연료 대신 수산물 구매 할인이나 지역상품권 환급 등 관광객의 실제 소비를 유도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대하축제의 목적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면 단순 방문객 숫자가 아니라 축제로 관광객과 상권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투입된 군비가 어느 정도의 추가 경제효과를 냈는지를 따져야 한다.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면 관행적으로 축제를 이어가기보다 중단하거나 민간 자립형 축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태안군은 무단 적치 어구 철거와 불법 시설물 및 공원시설 점검, 관련 부서 합동단속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년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면 이제는 “처리하겠다”는 답변이 아니라 실제 철거와 원상복구, 재발 방지 대책을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대하축제 역시 ‘매년 해왔으니 올해도 한다’는 관행에서 벗어나 군비 지원 규모와 지역경제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존폐 여부를 판단할 시점이다.
주민에게 백사장항은 삶의 터전이고 관광객에게는 태안 관광의 첫인상이다. 축제 기간에만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보다 평상시에도 깨끗하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는 항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에 행정이 답해야 할 때다.
축제를 열어야 관광객이 오는 백사장항이 아니라, 축제가 없어도 관광객이 다시 찾는 백사장항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