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하루 앞둔 백사장항의 민낯…계고하고도 못 치운 태안군, 행정은 또 “절차 중”
수차례 보도·자진철거 기한 지났지만 어구 산더미·수산 부산물 악취까지…현 군정 장악력인가, 전임 군정의 잘못된 관행인가
제25회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를 하루 앞둔 11일.
관광객 맞이에 분주해야 할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의 모습은 태안군이 홍보한 ‘안전하고 쾌적한 축제장’과 거리가 멀었다.
본지가 이날 현장을 확인한 결과 대하랑꽃게랑 인도교와 부두 주변에는 대형 그물과 통발, 로프 등 각종 어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일부 공간에서는 어민들이 그물을 손질하는 작업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바닥에는 어구와 함께 각종 찌꺼기가 흩어져 있었고, 바구니 안에는 수산 부산물로 보이는 내용물과 폐그물, 플라스틱 등이 뒤섞여 있었다. 주변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확인됐다.
축제장 주변 연안사고 위험 안내판 뒤편과 도로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관광객이 걷고 사진을 찍게 될 인도교 주변까지 대형 어구가 점유하고 있는 모습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축제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지는 지난 8월부터 백사장항 위판장과 부두, 공공공간 등에 어구와 시설물이 무단 적치돼 있는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
태안군도 현장을 확인했다. 군은 지난달 19일 원상회복 계고서를 부착하고 26일까지 자진 철거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보도에서도 자진철거 기한과 후속 행정조치 방침이 알려졌다. 그러나 자진철거 기한이 보름 이상 지난 11일까지도 현장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내일이 축제인데”…돌아온 답은 ‘공시송달·협조 요청’
본지가 이날 태안군 해양수산과 관계자에게 축제 하루 전까지 적치물이 남아 있는 이유를 따져 묻자 군은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치워달라고 얘기했다”며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물품에 대해서는 공시송달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선주협회 관계자 등을 만나 정리를 요청하고 있으며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도 내놨다. 하지만 군 관계자와의 대화에서는 “다시 회장님께 말씀드리겠다”는 답변까지 나왔다.
법에 따른 행정절차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물건이라고 행정기관이 마음대로 폐기할 수도 없다. 행정대집행 역시 법적 요건과 계고 등 적법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질문은 오히려 더 명확해진다. 축제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지난달부터 문제를 파악해 계고까지 했는데, 왜 축제 하루 전까지 필요한 절차를 끝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계고는 행정의 결과가 아니라 조치의 시작이다.
군은 “쾌적한 축제”…현장은 어구와 악취
태안군은 오는 12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대하축제를 홍보하면서 안전요원 배치와 시설물 점검, 주차·도로 정비, 원산지 표시 단속, 호객행위 방지, 공중화장실 위생관리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막일에는 가수 공연과 불꽃놀이도 예정돼 있고 대하 맨손잡기, 무료시식, 경매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그러나 축제 하루 전 관광객이 실제 마주할 항구에는 대형 어구가 쌓여 있고 악취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와 불꽃놀이는 준비하면서 한 달 전부터 지적된 항구의 기본적인 환경조차 정비하지 못했다면 행정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현장에 적치된 규모는 단순히 어구 몇 점이 미처 정리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섰다. 부두와 관광객 주요 동선 곳곳에는 대형 그물망과 포대, 로프 등 각종 어구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고, 일부 공간에서는 축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어구 손질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현 군수가 무능한가, 전임 군정의 관행이 남았나
이번 사태를 두고 군정 내부의 행정 장악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군수가 일부 공무원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임 군정에서 이어져 온 소극적이고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보는 행정 관행을 일부 공무원들이 아직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백사장항 문제는 행정이 몰랐던 것도 아니다. 언론이 지적했고 담당 부서가 현장을 확인했으며 계고장을 붙이고 자진철거 기한까지 정했다.
그런데 축제 하루 전에도 담당 부서가 ‘절차 진행’과 ‘협회에 협조 요청’을 설명하고 있다면 주민 입장에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희신 군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임 군정에서 누적된 문제라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는 것은 현 군정의 책임이다.
일부 공무원이 특정 이해관계 앞에서 소극적인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을 끊어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 역시 군수의 행정력이다.
반대로 담당 공무원들이 적법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군은 계고 이후 지금까지 어떤 조치를 언제 취했는지 구체적인 기록으로 설명하면 된다.
축제는 8일, 백사장항은 1년 내내 남는다
이번 문제를 단순히 ‘축제 전에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수준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어구 적치가 언제부터 이어졌고 누구에게 얼마의 공간이 사실상 점유돼 왔는지, 계고 대상은 몇 건이며 자진철거 이행률은 얼마인지, 미이행 대상에 대해 어떤 후속조치를 했는지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에게는 ‘쾌적한 축제장’을 홍보하면서 정작 축제장 한쪽에서는 악취를 풍기는 부산물과 어구 찌꺼기가 방치되고 있다면, 이는 단순 미관 문제가 아니라 태안군의 위생·환경 관리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축제는 8일이면 끝난다. 그러나 백사장항은 관광객과 주민, 어민들이 1년 내내 이용하는 공간이다.
불꽃놀이는 몇 분이면 사라지지만 방치된 어구와 악취, 그리고 행정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 남는다.
수차례 보도했고, 현장도 확인했고, 계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축제 하루 전 같은 문제를 다시 지적해야 한다면 이제 태안군이 설명해야 할 것은 ‘절차를 밟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 절차가 왜 한 달 동안 현장을 바꾸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