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22. 목요일 · 충청권 종합뉴스
충청남도

학생 수 줄면 교육비도 줄여야 하나… 충남교육청 주민참여예산위 "교부금 개편 재검토하라"

정부안 적용 시 충남 내년 교부금 1,362억 원 증가… 인건비 증가분 빼면 사실상 '제자리' 현행 내국세 20.79% 유지 때와 비교하면 1조 1,664억 원 격차

김인섭 기자 2026-10-22 09:36:08

충남도교육청 제8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위원장 정동권)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위원회는 21일 오전 10시 충남교육청 제1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학생의 교육권과 지역교육의 미래를 위협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채택해 낭독했다. 위원들은 '교부금 개편 재검토 요구 성명'이라고 적힌 화면 앞에서 주먹을 쥐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교육청 예산 편성에 직접 의견을 내는 기구다. 이 위원회가 국가 재정제도 개편에 대해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교부금 개편이 '서울 기획예산처의 산식 문제'가 아니라 충남 학교 현장의 예산, 그리고 주민참여예산 자체의 규모와 연결되어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54년 '20.79% 공식'이 바뀐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 + 교육세 일부'로 정해진다. 국세가 많이 걷히면 교육재정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 개편안은 이 연동 고리를 끊는다. 새 산식은 '전년도 교부금 × (1 +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 × [1 + (3년 연평균 학령인구 변화율 × 0.35)]'이다. 국세 교육세는 전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와 유아특별회계로 옮겨진다.

개편안에는 두 가지 장치가 함께 담겼다. 하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개편으로 마련된 재원을 교육인재 계정 수입으로 확보해 영유아, 고등·평생교육, 인재 유치 등에 다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부금 보전' 장치다.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면 그 차액을 메워 총액이 감소하지 않도록 보장한다.

정부가 내세우는 개편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 내국세 연동에 따른 재정 경직성, 현금성 복지 확대다. 1972년 제도 도입 당시 1,073만 명이던 6~17세 학령인구는 올해 492만 2,000명까지 줄었다. 정부는 교부금 지출의 약 60%가 교직원 인건비라는 점을 고려해 학령인구 변화율을 35%만 산식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 숫자로 본 충남: '명목상 증가, 실질적 정체'

이날 회의에서 공유된 자료는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한 단순 추계값이다. 정부안을 적용하면 내년 전국 시·도 교부금은 78조 9천억 원으로, 올해 1회 추경(76조 4천억 원)보다 2조 5천억 원 늘어난다. 표면적으로는 증가다.

문제는 지출 쪽이다. 충남교육청 세출예산은 내년에 인건비만 1,3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부금 증가분 1,362억 원에서 인건비 증가분을 빼면 남는 돈은 수십억 원 수준에 그친다. 공공요금 등 다른 필수경비 상승분까지 반영하면 새 교육사업에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은 오히려 줄어든다.

정부 발표와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도 크다. 정부 예산안 자료는 내년 교부금이 전국적으로 7조 2천억 원(10.1%) 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올해 추경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증가액은 2조 4천억 원, 증가율은 3.2%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충남 인건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5%였다. 교부금이 인건비 증가 속도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다.

현행 제도가 유지됐을 경우와 비교하면 충남 한 곳에서만 1조 1,664억 원의 차이가 난다. 언론 추정치를 기준으로 하면 전국 차이는 21조 원을 넘는다.

■ 성명의 세 가지 요구

위원회는 성명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의무·무상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실현하고, 지역과 가정 여건에 관계없이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핵심 재원"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국회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교육재정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현 개편안 추진을 중단하고, 내국세·교육세에 기반한 현행 교육재정 확보 체계를 유지할 것.

둘째, 학생 수뿐 아니라 지역별 교육여건과 고정적 재정수요, 새로운 교육정책에 필요한 비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가의 교육책무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보장할 것.

셋째, 시·도교육청과 교육현장, 학생·학부모·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신속 처리하기보다 일반 법률안 심사절차에 따라 충분히 심의할 것.

세 번째 요구는 절차를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되면 국회 상임위 심사 기간이 지나도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위원회는 54년 유지된 제도를 바꾸는 일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 "학생 수 줄어도 학교는 그대로"… 충남이 특히 아픈 이유

충남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고, 학교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다. 학생이 10명 줄어도 교사와 통학버스, 급식실, 노후 건물 유지비는 그대로다. 학생 수와 비례하지 않는 '고정비'가 큰 지역일수록 학령인구 연동 산식의 타격이 크다.

비슷한 우려는 전국에서 나오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넓은 지역에 학교가 분산되어 있고 인구감소지역이 많아 학생 수가 줄어도 교육비용이 곧바로 줄지 않는 구조라고 밝혔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8월 21일 16개 시·도교육감 명의 공동 입장문을 내고 현행 20.79% 연동 방식 유지를 촉구했다. 354개 단체가 참여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편 중단을 요구했다.

주민참여예산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교부금 가용 재원이 줄면 교육청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먼저 확보하고 나머지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다. 주민이 직접 제안한 사업에 배정되는 주민참여예산은 가장 먼저 조정 대상이 되기 쉽다. 이날 회의에서 충남교육청 주민참여예산 감소와 교부금 문제가 함께 다뤄진 이유다.

■ 정부 "총액 안 줄고, 1인당 교부금은 늘어"

정부의 논리도 분명하다. 개편안에는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지 않도록 하는 보전 장치가 있고,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개편안 기준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이 올해 1,330만 원에서 2030년 1,950만 원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초·중등에 집중된 교육재정을 영유아·고등·평생교육으로 넓히는 '생애 전반 교육투자'라는 명분도 내세운다. 실제로 고등·평생교육 쪽에서는 개편을 환영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대규모 추가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부금이 제한 없이 늘면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 기획예산처가 개편을 강하게 추진하는 배경이다.

반면 교육계는 '1인당 교부금 증가'가 분모(학생 수)가 줄어서 생기는 산술적 착시라고 반박한다. 총액이 전년 수준에 묶이면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실질 재정 여력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 남은 쟁점: "얼마나"보다 "어떻게"

교부금 개편 논쟁의 핵심은 결국 '교육재정을 무엇에 연동할 것인가'이다. 국가 세수에 연동하면 안정성은 높지만 경직성 비판을 받는다. 경제성장률과 학생 수에 연동하면 유연성은 생기지만, 학생 수와 무관하게 드는 비용과 새로운 교육수요를 놓칠 수 있다.

충남교육청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이번 성명은 그 논쟁에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성명 말미에서 어느 지역에서나 균등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교육자치의 가치를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충남 학교 현장의 내년 살림살이는 그 결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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