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모욕 판단 회피한 불송치”…서산경찰 판단, 법리 공백 남겼다

기자단 실체·고유번호증 존재에도 ‘의견표명’으로 치환…검찰 직접 수사 불가피

양승선 기자

2026-02-23 18:48:20

충남 서산시출입기자단을 ‘사적 친목모임’으로 규정하고, 구성원을 ‘자칭 기자’로 표현한 기사에 대해 서산경찰서가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경찰이 객관적 자료로 입증 가능한 사실관계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기사 전반을 ‘의견 표명’으로 단순화해 형사 책임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기자단 실체 부정한 전제, 사실 검증은 생략됐다
서산시출입기자단은 고유번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출입·운영 규정과 취재·보도 실적 등 언론단체로서의 실체를 입증할 자료를 구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기사에서 반복된 ‘사적 친목모임’, ‘자칭 기자’, ‘대표성 없음’이라는 표현을 사실 적시가 아닌 가치 판단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형법상 명예훼손 판단은 문장 단독이 아니라 기사 전체의 맥락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기사 전반이 ‘사적 모임’이라는 사실 전제 위에서 독자를 설득하는 구조라면, 의문형·평가형 표현이라도 사실 적시로 본다는 판례가 다수다.
기자단의 실체가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상황에서 이를 부정하는 서술은 허위성 판단을 회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을 빙자해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서술은 구체적 증거 없이 부정행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단순 의견을 넘어 범죄적 행위의 가능성을 사실처럼 제시하는 표현으로, 허위일 경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전형적 위험 구간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해당 문장을 ‘문제 제기’로만 해석해 사실성·허위성에 대한 실질 심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모욕 표현에 대한 판단도 비껴갔다.
기사에는 ‘후안무치’, ‘수오지심을 모른다’, ‘상식이 없다’, ‘흑심’ 등 경멸적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이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모욕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공식적 실체를 갖춘 단체의 구성원 전체를 겨냥한 표현이라면, 모욕의 대상 특정성 또한 충족된다.
그럼에도 불송치 결정문은 표현의 수위와 대상 특정성에 대한 개별 판단을 사실상 생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은 ▲기자단의 법적·관행적 지위 ▲허위성 판단을 좌우하는 객관 자료 ▲범죄 암시 표현의 법적 평가 등 고도의 법리 판단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경찰 단계에서 핵심 쟁점이 ‘의견 대 사실’의 이분법으로 단순화되며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수사의 충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객관 자료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전제로 한 허위성 판단을 회피했다면, 보완수사나 상급기관의 직접 판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사안은 검찰이 기록을 재검토해 허위사실 적시 여부와 모욕 성립성을 직접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언론의 자유는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허위 전제를 깔아 특정 단체와 구성원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표현까지 면책될 수는 없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남긴 법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검찰의 직접 수사와 판단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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